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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회 후기|올해 무대, 음악, 사춘기 딸과의 듀엣까지 담아낸 시간-2025 노이음악학원 감사음악회

발표회 후기|올해 무대, 음악, 사춘기 딸과의 듀엣까지 담아낸 시간-2025 노이음악학원 감사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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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4

일상 속 음악의 축적, 그리고 연이와 함께한 첫 듀엣

점심시간 1시간을 이용해 성악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어느덧 7년이 넘었습니다. 환자 상담과 진료 사이의 짧은 틈을 활용해 배운다는 것은 늘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며 어느 순간 제 소리와 호흡,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올해의 정기발표회는 그래서 더욱 특별했습니다. 두 가지 의미가 담긴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1. 배움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진 특별한 한 해였습니다

올해는 음악적으로 확실히 성장했다는 감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소리의 위치, 호흡의 사용, 음악적 표현 등 여러 디테일을 섬세하게 잡아주셨고, 저는 그걸 매 수업 후 점심시간과 저녁 틈틈이 연습하며 몸에 익혀갔습니다.

운동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런닝을 시작했고, 그 전까지는 코어 운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코어가 안정되니 호흡을 길게 유지하는 힘이 좋아졌고, 런닝 덕분에 폐활량과 ‘버티는 호흡’이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연습량이 폭발적으로 많았던 해는 아니지만, 일상 속 작은 시간과 꾸준함의 누적이 소리의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제게 의미가 컸습니다.


2. 사춘기 딸과 함께한 첫 듀엣 — ‘All I Ask of You’

올해 발표회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은 단연 연이와 함께한 듀엣 무대였습니다.

연이는 가수를 꿈꾸고 있습니다. 아직은 막연한 꿈이라 어떻게 펼쳐질지는 알 수 없지만, 연이가 노래를 대하는 태도와 음악에서 즐거움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연이에게 하나의 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정식으로 함께 연습할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추석 연휴에 본가와 처가를 오가는 차 안이 사실상 연습실이었습니다. 제가 운전대를 잡고, 연이는 뒷좌석에서 앉아 가족들을 청중으로 노래를 맞춰보는 방식이었는데, 그 시간이 무척 소중하고 행복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풍경이 지나가고, 차 안에 연이의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들. 이미 어떤 무대보다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연이는 그동안 제가 보아온 모습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밝고, 아름다웠습니다.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예쁜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긴장한 나머지 솔로곡에서 박자를 놓치기도 했지만, 공연 후에 들은 “연이 목소리가 참 좋다”는 주변의 칭찬은 그동안 어떤 피드백보다 더 기쁘게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로서, 또 함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참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All I Ask of You
All I Ask of You

솔로곡: ‘별 헤는 밤’ — 첫 아마추어 콩쿨의 연장선에 서다

솔로곡으로는 조범진 작곡의 ‘별 헤는 밤’을 준비했습니다. 윤동주의 시가 지닌 울림과 서정성은 연습할수록 깊어졌고, 김대영 베이스의 해석을 떠올리며 곡의 결을 다듬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올해 9월, 이 곡을 포함한 레퍼토리로 첫 아마추어 콩쿨에도 도전했습니다. 콩쿨은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긴장한 탓에 썩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얻게 된 감각이 이번 발표회 무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콩쿨에서 아쉬윘던 부분을 다듬으며 다시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졌고, 무대에서의 시선과 호흡도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음악을 배운 시간이 쌓여 어느 순간 ‘변곡점’처럼 다가오는 때가 있다는데, 올해가 바로 그런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Epilogue — 연이와의 데이트, 그리고 다시 음악 이야기

발표회가 끝난 후 연이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습니다.

광림아트센터에서 김소향 배우가 주연을 맡은 뮤지컬 ‘에비타’를 함께 관람했습니다. 공연 전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연이의 꿈,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 어떤 준비가 도움이 될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온 뒤에는 서로의 감상을 나누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연이가 어떤 장면에서 인상적이었는지, 주연배우의 노래가 어땠는지,

딸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하나의 바람을 품었습니다.

우리 학원 정기 연주회는 매년 2곡씩 준비해왔는데, 앞으로는 그 중 한 곡은 연이와 듀엣으로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마다 하나씩, 연이와 함께 만든 무대가 쌓여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둘의 삶에 오래 남는 귀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발표회는 그래서 더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습니다.

제 음악적 성장은 물론, 연이와 함께한 삶의 한 장면이 깊이 새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며

무대를 마치고 다시 산수유한의원 진료실로 돌아오니, 음악에서 배운 호흡과 균형이 일상 곳곳에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환자 한 분 한 분을 마주할 때도, 서두르기보다 숨을 고르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이 더 익숙해졌고, 작은 변화가 모여 흐름을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산수유한의원에서의 하루하루가 그렇듯, 음악도 짧은 틈의 시간이 모여 저의 한 해를 만들고,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어느새 삶의 표정을 조금씩 바꿔놓았습니다.

그 과정에 연이가 함께해준 올해는 특히 더 고맙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해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진료와 음악, 가족이라는 세 가지 리듬을 잃지 않으며 저만의 속도로 한 해씩 쌓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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